자화상/ 유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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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2-11 13:14 조회3,572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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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유희선
오래간만이라는 인사에
작은 겨자씨가 묻어왔다.
바람 불지 않는 곳, 날아가지 못한 씨앗은
도둑처럼 발이 저리다.
오늘은 예수님도 같은 인사를 하신다.
그러니까 오래간만이라는 인사에는 절대 오래간만이면 안 될
나무람이 있다.
자매들의 조심스런 힐책이 있다.
어디서 무얼 하고 있었을까. 세상의 모든 길은
왜 갈림길이라 생각했을까.
회피하고 외면하며 다다른 막다른 길
갈 곳 없는 무거운 꽃들이 폐지처럼 날리는 하얀바다*
휙, 휙, 파도에 무너지는
쓸쓸한 시선들
어디로 가야하나.
신께 바쳤던 절박한 기도가
오랜 망각 끝에 떠오른다.
지느러미여, 날개여, 나의 소명이여,
한 그루 나무여!
건너뛸 수 없는 푸르른 공백에
오늘의 겨자씨 한 톨을
꼭꼭 심는다.
* < 하얀바다> 시집
유희선 시인
서울출생
2006년 경남문학 신인상 등단
2011년 시사사 등단
시집 『하얀바다』
현재 창원 거주,
경남문인협회, 경남시인협회, 창원문인협회, 마산교구가 톨릭문인회 회원
동인 <가향>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