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앉았다 간 자리 참 따듯하다/ 송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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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2-10 15:54 조회3,196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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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앉았다 간 자리 참 따듯하다
송 진
이제 자리가 잡혀가고 있어
그 말이 여름의 귀를 삼킬 때
목젖에서 미지근한 젖이 흘러나온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너의 이야기를 시작할까
동그란 간이의자 밑, 점선 잘 찢어지지 않는
두루마리 휴지처럼 너는 앉았다 간다
네가 있는 줄 알았으면 햄버거 조금 남겨둘 걸 그랬어
햇빛 알러지 피부 물방개처럼 톡톡
가지는 가지 빛깔로
꽈리는 꽈리 빛깔로
네 말이 반가워
시멘트 마당에 널어놓은 고추의 빨간 구두를 만지작거리는
너의 팔을 부드러운 연잎 밥처럼 감싸지
그래?
고래.
무뚝뚝한 포경의 꽃이 피고 지는 사이
옥상에 감귤이 익어가는 사이
점선에는 네가 장난처럼 물고 간 물고기 이빨자국 남아
네가 앉았다 간 자리
불두화 360도 회전하고
이제 자리가 잡혀가고 있어
그 말
참
듣기 좋다.
뜬그멉씨와 말복씨
송 진
딩동! 단호박떡이 배달되었습니다 뜨근뜨근 손이 가볍습니다 살랑살랑 폭염의 바람도 잠자리날개입니다 식혜와 오미자차는 멀리서 강아지 떼와 고양이 떼처럼 달려옵니다 그 모습이 아름다운 자줏빛감자 같습니다 분홍빛 마고자 황금단추 같습니다 오, 어서들 오렴 꿀떡꿀떡 꿀떡입니다 설겅설겅 설익었습니다 뜬금없이 말복입니다 뜬금없이 가을입니다 오, 이 일을 어쩌지요 아직 옥상에는 병든 어머니가 빨랫줄에 널려있는데
송진 약력
1999년『다층』제 1회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지옥에 다녀오다』,『나만 몰랐나봐』,『시체 분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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