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으로 읽는 태초의 아침 / 이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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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1-23 04:25 조회3,178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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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으로 읽는 태초의 아침
이 령
칼세이건의 ‘과학적 다양성 ’을 들으며 곤히 잠든 아버지의 손금을 본다 당신의 손금은 내게 응축된 우주다 눈으로 아버지의 시간 속 여행에 합류하며 칼세이건의 이론을 좇는다 그가 과학에 있어 경험의 다양성을 주장하는 동안 내 눈은 혈맥을 빠져 나와 삼지문 찍고 재운선 돌아 태양선을 향해 달린다 생의 중력장에선 길이 다방면 , 엄지 쪽 감정 선은 골이 깊어 약지로 휘어지는 골짜기엔 바람이 잦았겠다 무명지로 이어지는 기역자 길은 자수성가형 , 섬 속 섬엔 고독이라는 항성이 성단이 되었겠다 시간의 축적 , 행성의 공전 , 시원한 다운스윙 , 아버지의 손금은 별들의 궤적이다 난 최대연직의 높이에서 가속이 멈춘 그의 내력에 대해 골똘한데 칼세이건은 과학의 경이가 그 어떤 종교에 대한 경외에 못지않다고 주장 한다 아멘 ! 이론에 대한 응용으로써 목마름의 이탈 , 무중력의 중력 , 악의 신 랑다의 머리카락과 맞닿은 삼지창쯤에서 난 몸을 불리는 알마게스트와 동일한 초신성이 되었다가 수륙양용 M3 밴의 궤도쯤에 안착하는 푸르고 노오란 별이 된다 칼세이건의 이론이 빅뱅 하는 지금 아버지는 혼곤하고 난 깨어있다 우리는 각자의 타임머신에 타고 있지만 손금에서 아버지와 난 동일과정설 , 이쯤에서 손금이 내는 길은 유전이다 현생의 자식은 전생의 부모라는 , 내생의 길은 현생의 궤적이라는 생각 , 격정의 핵분열로 나를 잉태 했을 아버지 , 아버지의 온기 , 이론이 진리가 되는 순간은 뜨겁다 지금 어느 행성에서 아버지는 송곳으로 없는 지문을 긋고 있는지 ‘을라할라 으으윽 ’ 외계음을 발송중이고 나는 아버지의 손바닥에 도킹중이다 그의 지류에서 시작된 피돌기가 은하를 이루고 길은 말없이 눈길만으로 따스해서 아버지는 깨고 칼세이건은 별똥별로 사라진다.
이 령
등단: 2013년 시사사
동리목월기념사업회 이사
현재: 웹진시인광장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