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류 가시꽃 외 2펹/ 김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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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1-06 10:21 조회3,384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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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류 가시꽃
김금용
하늘이건 땅이건
새 한 마리, 벌레 한 마리 보이지 않는
떠나면 아무도 돌아오지 못한다는 타클라마칸 사막,
당나라 공주 왕소군이 울며 들어섰던
옥문관이 모래성으로 날 맞는다
착각일까
모랫바람 사이로 언뜻 보이는 붉은 꽃,
독기 오른 가시가 성성한 잎 끝에 매달려
분홍바람으로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42도 폭염에 둘러싸인 허허벌판에선
목까지 치받친 숨을 이겨낸 자만이 살 수 있는 것,
한 가닥 여린 홍류
거뜬히 좁쌀알 같은 꽃알갱이를 피우고
입을 모아 내게 화두를 던진다
속눈썹 긴 낙타가
찬찬히 홍류 가시를 씹는다
돌꽃
검은 석탄재가 검은 내로 흐르는 태백 광산촌
하루치 일용할 양식을 캐는 광부 손에 이끌려
수 천 년 어둠 속에서 참고 눌러온 숨을 터뜨린다
어둡고 긴 가난한 역사만큼
제 안의 빛과 색과 모양을 드러내는 돌꽃들,
황금빛이 번뜩이는 금운모 석영으로
빙어떼가 엉켜 붙은 방해석으로
초록 비취색 공작석과 홍시빛 홍아연석으로
검은 돌 틈에 박힌 새끼손톱만한 빨간 루비로
영원히 꿈꾸고 싶은 사랑의 이름으로
부활한다
전사의 발바닥
언제 갓 태어난 아기의 발바닥을 만져보았던가
희고 매끄러운 탄성
핏줄 환히 들여다보이는 처녀지
주름 한 줄 없다
그늘 하나 없다
다섯 개 발가락마다 말간 핏줄거울 달고
지구별로 날아든 새 생명,
거대한 코끼리 발바닥보다 야무지다
한 개인사가 가족의 울타리가
저 주먹 쥐고 내뻗는 발힘으로
첫사랑, 첫 설렘으로
새 역사를 내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