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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유리디체 / 김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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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1-02 19:38 조회3,02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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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유리디체

 

 

 

여긴 무덤 혹은 방인가요. 어둠이 달라붙어 흑단 머리칼이 됩니다. 엉킨 다리가 풀리고 당신이 몸을 떼자, 헌칠한 그림자가 바짝 뒤쫓아요. ()에서 근()으로 나타나는가싶더니 근에서 원으로 크게 변합니다. 그림자가 덥석 손잡습니다. 제 외로움을 잡아당기네요. 오르페 뒤 유리디체만큼 절 닮은 사람도 없어 보이는군요. 당신과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으니 방은 신화의 형상을 갖춰갑니다. 왠지 당신은 오르페처럼 장난질치는 운명을 벗어날 거라고도 생각해요. 젖 물리는 여자처럼 날 따뜻이 품으리라고도 생각하죠. 무엇이 우리 명()을 다하게 하나요. 둥근 해가 몸을 뚫고 들어옵니다. 뜨거워요. 꽃이 찢어지고 잎이 돋고. 어련히 알아서 하실 테지만, 혹여 뒤돌아보진 마세요.

해 지고 별 돋아도 당신 끝내 보이질 않네요. 유리디체 비명만 들려요. 피골이 상접한 나목도 제 속엔 이파리의 진동이 사는 것을, 천 갈래 만 갈래 생각을 쟁이고 뿌리로 뻗치느라 도통 저인지 목소리조차 알아듣지 못하겠어요. 순명하는 사랑은 없다면서 시계침은 저같이 여지없이 고꾸라집니다. 남근과 여근은 운명에 갇힙니다. 아무려나, 끝난 날 뒤돌아보지 마세요. 사랑은 떠났고 방은 신화의 형상을 감춰갑니다. 그러할 제, 나목은 뿌리로부터 빨아올려 일제히 꽃이 찢어지고 잎이 돋고,

 

불타오른 생각은 육탈이 다되도록 뜨거운 법이지요.

 


 

 김윤이

  

200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흑발 소녀의 누드 속에는,독한 연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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