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서랍 / 강신애 (古い引き出し /姜信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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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0-26 12:23 조회4,007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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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서랍
강신애
나는 맨 아래 서랍을 열어보지 않는다
더 이상 보탤 추억도 사랑도 없이
내 생의 중세가 조용히 청동 녹슬어가는
긴 여행에서 돌아와 나는 서랍을 연다
노끈으로 묶어둔 편지뭉치, 유원지에서 공기총 쏘아 맞춘
신랑 각시 인형, 건넨 이의 얼굴을 떠올리게 하는
코 깨진 돌거북, 몇 권의 쓰다 만 일기장들……
絃처럼 팽팽히 드리운 추억이
느닷없는 햇살에 놀라 튕겨나온다
실로 이런 사태를 나는 두려워한다
누렇게 바랜 편지봉투 이름 석 자가
그 위에 나방 분가루같이 살포시 얹힌 먼지가
먹이 앞에 난폭해지는 수사자처럼
사정없이 살을 잡아채고, 순식간에 마음을
텅 비게 하는 때가 있다
겁 많은 짐승처럼 감각을 추스르며
나는 가만히 서랍을 닫는다
통증을 누르고 앉은 나머지 서랍처럼
내 삶 수시로 열어보고 어지럽혀왔지만
낡은 오동나무 책상 맨 아래 잘 정돈해둔 추억
포도주처럼 익어가길 얼마나 바라왔던가
닫힌 서랍을 나는 오래오래 바라본다
어떤 숨결이 배어나올 때까지
古い引き出し
姜信愛(カン∙シンエ)
私は引き出しの一番下の段は開けない
もうこれ以上付け加える思い出も 愛もなく
私の生の中世にひっそりと青銅の錆が付いていく
長い旅から帰り、私は引き出しを開ける
ひもで括った手紙の束、遊園地のエアガンで撃ち落とした
新郎新婦の人形、渡してくれた者の顔を思い浮かべる
鼻の割れた石の亀、書いては止めた日記帳数冊
絃のようにぴんと張った思い出が
突然の日差しに驚いて飛び出してくる
私は実にこんな事態を恐れる
黄色に褪せた手紙の封筒に書かれた名前が
その上に蛾の粉のようにそっとたまった埃が
餌の前で荒れ狂う雌ライオンのごとく
容赦なく身を引っさらい、あっという間に心を
空っぽにしてしまうときがある
臆病な獣のように感覚を取り収めて
私は静かに引き出しを閉める
痛みを押さえた残りの引き出しのように
私の生をしきりに開いて乱してきたが
古い桐の机の一番下にきちんと整頓して置いた思い出
葡萄酒のように熟成するのをどれほど望んできただろう
閉まった引き出しを私は長い間見つめる
ある息遣いがにじみ出るまで
-『舟』162号
강신애(姜信愛)
1961년 인천시 강화 출생. 1996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서랍이 있는 두 겹의 방』 『불타는 기린』 『당신을 꺼내도 되겠습니까』
姜信愛 (カン∙シンエ)
一九六一年、 仁川市江華生まれ。一九九六年、『文学思想』で文壇デビュー。
詩集『引き出しのある二重の部屋』『燃える麒麟』『あなたを取り出してもいいですか』がある。‹韓国文芸振興基金›(一九九九年)、‹ソウル文化創作基金›(二〇一二年)などを受恵。
역자 한성례 약력:
1955년 전북 정읍 출생. 세종대학교 일문과와 동 대학 정책과학대학원 국제지역학과(일본학)를 졸업했다. 1986년『시와 의식』신인상으로 등단했고, 한국어 시집『실험실의 미인』, 일본어 시집『감색치마폭의 하늘은』『빛의 드라마』등이 있으며, ‘허난설헌 문학상’과 일본에서 ‘시토소조(詩と創造) 상’을 수상했다.
번역서로는『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또 하나의 로마인 이야기』『파도를 기다리다』『달에 울다』『악의 교전』『아라비아 밤의 종족』『백은의 잭』『방과 후는 미스터리와 함께』『스트로베리 나이트』『어릴 적에 두고 온 것들』, 하이쿠시집『겨울의 달』등 다수. 그 외에도 정호승, 안도현 등 한국 시인의 시집을 일본어로 다수 번역했다. 현재 세종대학교 정책과학대학원 국제지역학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