령(零) / 이현호 (零 /李賢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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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0-27 21:19 조회3,930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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령(零)
시간들이 네 얼굴을 하고 눈앞을 스치는
뜬눈의 밤
매우 아름다운 한자를 보았다
영원이란 말을 헤아리려 옥편을 뒤적대다가
조용히 오는 비 령(零)
마침 너는 내 맘에 조용히 내리고 있었으므로
령, 령, 나의 零
나는 네 이름을 안았다 앓았다
비에 씻긴 사물들 본색 환하고
넌 먹구름 없이 날 적셔
한 꺼풀 녹아내리는 영혼의 더께
마음속 측우기의 눈금은 불구의 꿈을 가리키고
零, 무엇도 약정하지 않는 구름으로
형식이면서 내용인 령, 나의 령, 내
영하(零下)
때마침 너는 내 맘속에 오고 있었기에
그리움은 그리움이 고독은 고독이 사랑은 사랑이 못내 목말라
한생이 부족하다
환상은 환상에, 진실은 진실에 조갈증이 들었다
령, 조용히 오는 비
밤새 글을 쓴다 그를 쓴다
삶과의 연애는 영영 미끈거려도
零
李賢浩 (イ・ヒョンホ)
時間が君の顔をして目の前を掠める
まんじりともしない夜
とても美しい漢字を見た
永遠という言葉を推し量ろうと字引を引っくり返して
静かに降る雨 零*
ちょうど君は僕の心に静かに降っていたので
零、零、僕の零
僕は君の名を抱いた、病んだ
雨に洗われた者たちの本来の色は明るく
君は黒雲なしに僕を濡らし
一皮溶け落ちる魂の垢
雨量計の目盛りは不自由な夢を示し
零、何一つ約束しない雲によって
形式であり内容である零、僕の零、僕の
零下
ちょうど君は僕の心の中に向かっていたので
恋しさは恋しさが、孤独は孤独が、愛は愛がこよなく欲しくて
僕の一生は君には不足だ
幻想は幻想に、真実は真実に渇きを覚える
零、静かに降る雨
一晩中文を書く、彼を書く
生との恋愛が永遠に滑りやすくても
이현호
2007년 월간 『현대시』에 작품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 『라이터 좀 빌립시다』가 있다. 시인이자 북에디터, 문화기획자 등으로 활동하며 원고지 안팎에서 시를 쓰고 있다.
李賢浩(イ・ヒョンホ)
一九八三年、忠清南道全義生まれ。秋溪芸術大学文芸創作学科を卒業し、高麗大学国語国文学科大学院文芸創作専攻で修士課程を卒業した。二〇〇七年、月刊詩誌《現代詩》の〈新人推薦作品賞〉を受賞して文壇デビュー。二〇一四年、詩集『ちょっとライターを拝借します』を刊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