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 Remote Korean Village/ by Chang Soo Ko 고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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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1-11 16:00 조회3,793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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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마을 정원에서
고창수
가을 한 동안
정원의 은행나무는 공작이 날개를 펴듯
찬란한 황금빛 잎을 펼치고 있었다.
어느 날
점잖던 정원사는 은행나무 큰 가지에 올라서서
나무를 마구 굴러대고 있었다.
햇볕을 등지고 역광의 정원사는 엄숙한 마법사와도 같이
지구의 중심에론 듯 은행잎을 마구 떨어트렸다.
그 날 정원사는 이상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 이후로 내가 음악을 듣고 있거나 거리를 걷고 있거나
검은 은행잎은 내 존재의 어두운 심연으로 끝없이 떨어져 갔다.
온 가을 검은 가지는 내 의식에 거미줄 같이 퍼져 있었다.
은행나무에는 전쟁에 탄 양철 조각 같은 나뭇잎 몇 개와
검은 가지가 하늘을 배경으로 시들하게 흔들렸다.
보이지 않는 바람결에 나무는 황량한 몸짓으로 나를 울렸다.
몇 마리 까치도 서글픈 듯 언제라도 떠나갈 몸짓으로 가지에 앉곤 하였다.
겨울 바람이 불고 눈이 내렸다. 눈의 리듬으로 풍경은 변하고
검은 가지의 나무는 은근히 춤을 추고 있었다.
이윽고, 앙상하던 나뭇가지에는 황금빛 찬란한 은행잎이
가득 빛나고 있었다.
정원사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In a Remote Korean Village
Chang Soo Ko
All autumn long,
The gingko tree in the garden,
Like a peacock spreading its feathers,
Showed off its golden leaves.
One day the gentle gardener,
Standing on a branch in the center of the tree,
Shook it with a strange passion.
Silhouetted against the sun,
The gardener looked like a black magician.
The tree must have shed most of its leaves.
For many a day,
Whether I listened to music or walked the streets,
The leaves fell endlessly
Into the lost river of my existence.
At autumn’s end the stiff boughs of the tree
Spread over me like a spider-web.
A few leaves rustled in the winds;
The boughs shivered feebly against the overcast sky.
In the invisible wind,
A few birds perched on the boughs,
Looking as if they would fly off any moment.
Winter winds blew;
The landscape changed with the snow’s rhythm.
And the tree began to dance with its dark boughs.
After a while,
The bare branches glowed again with golden leaves.
I could not see the gardener anyw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