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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고갱과 나 / 김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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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8-01-29 20:14 조회4,04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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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고갱과 나

 

김광기

 

 

때 절은 소매가 푸른 나뭇잎을 스치며

태양 빛깔의 검붉은 열매를 따낸다.

쌉싸름한 아침 커피의 떫은 향내에서

이국소녀의 달착지근한 입내가 배어 나온다.

붉은 미소 속에서 옹알거리던 씨알을

뜨건 화로에서 볶아낸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한여름에도 커피는

뜨겁게 마셔야 제맛을 음미할 수가 있다.

몽상에 젖은 아침의 향기가 코끝을 스치다가

입안을 채우다가 옹알이처럼 구르고 있다.

오래 전에 마셨던 다방커피도 그렇고

소소한 기억들을 재생시키고 소멸시키는 요즘의 아메리카노,

마시고 또 마셔도 욕망의 불기운을 다 삼킬 수는 없지만

고갱의 태양빛 그림 속 열정이 다시 살아나는

한 순간 한 순간을 펼쳐놓으며, 우리는

좋은 시간마다 만나 뜨거운 커피를 마신다.

오래 만난 것 같은 사람, 맑은 영혼을 가진

당신의 웃음에서 커피향이 나고

함께 머문 시간 속에서 세상의 욕심들이 삭는다.

아메리카 신화가 된 이국소녀의 숨결이

탁자 사이를 오가며 혼을 사르고 있다.

 

-웹진 <시인광장> 20175월호

 

 


 

 

*김광기 : 1959년 충남 부여 출생. 동국대 대학원 문창과 석사, 아주대 대학원 국문학과 박사 수료. 1995년 시집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를 내고 "월간문학"과 "다층"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호두껍질", "데칼코마니", "시계 이빨" 등과 "존재와 시간의 메타포", "글쓰기 전략과 논술" 등의 저서가 있음. 1998년 수원예술대상 및 2011년 한국시학상 수상. 계간 "시인광장" 편집주간, 도서출판 <문학과 사람> 편집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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