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나무에 다른 이름을 지어주었다 / 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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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1-01 20:18 조회1,567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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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나무에 다른 이름을 지어주었다
새 한 마리 무화과 아래로 날고 기차 아래로 구름이 흐른다
우리끼리 떠나자며
모르는 것들에게 이름을 지어주었다
일요일 밤은 무화과나무에 달을 달아주었다
며칠 내리는 비에 무화과 살이 찢어졌다
꽃 복 없으면 열매 복도 없나니
몸을 잃고 몸의 정치를 시작했다
볼품없는 몸의 서사는 추상과 가정의 경계에서 뒤틀렸다
한사람의 온도를 둘로 나누었다. 여전히 한 사람의 온도다
무화과가 힐을 신고 전라인체 허공에 떠있다
누드로 쏟아지는 관음은 해석이 무의미하다
한쪽 다리를 내린 비안개가 팔을 내어준다
재미없는 마을을 지나갔다
계간 『시향』 2017년 가을호
이화영
-2009년 『정신과표현』 신인상 등단
-시집 『침향』 2009. 혜화당, 『아무도 연주할 수 없는 악보』 2015. 한국문연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