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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을 다른 말로 말하면 / 박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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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1-02 19:51 조회3,87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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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을 다른 말로 말하면

 

 

 박남희

 

시는 완성되었을 때 시인을 떠나지

자신이 얼마나 불완전한 존재인지도 모르고

시인을 버리지

 

시인의 고정관념을 버리고

시인의 논리를 버리고

시인의 눈물을 버리지

 

버리고 버리고 더 이상 버릴 것이 남아있지 않을 때

 

시는 바람에게 구름에게 새로운 말을 걸지

아무도 알아들을 수 없는 방언으로

잊힌 시인을 호명하듯

새들에게 절벽에게 말을 걸지

 

시인이 아주 보이지 않을 때

시는 비로소 자신의 불완전함을 깨닫고

스스로 시인을 찾아 나서지

시인의 눈물이나 논리의 반대방향으로

새로운 말의 질서를 찾아 나서지

 

거꾸로 말해도 바로들을 수 있는 귀와

그림자로 말해도 실체를 볼 수 있는 눈과

점자로도 눈물을 읽어낼 수 있는 손톱을

이리저리 찾아 나서지

 

그게 허공이라는 거야

종종 환청이 혼잣말을 하지만

 

날개는 완성되었다고 생각될 때 나무를 떠나지

자신이 얼마나 불완전한 존재인지도 모르고

나무의 둥지를 버리지

둥지가 자라서 왜 울음이 되는지

새 속에 왜 시가 들어있는지도 모른 채

허공에 뾰족한 생각의 부리를 묻지

 

 

 

  

 


 

 

박남희 

 

1996년 경인일보, 199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폐차장 근처,이불속의 쥐,고장난 아침이 있으며, 평론집으로존재와 거울의 시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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