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부풀기 / 권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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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1-01 19:44 조회3,952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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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부풀기
문은 내밀하게 짜여있다
마주치는 정면마다
달이 녹아내린 뼈다귀로 보였다
먼저 기록은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어제의 악몽을 떨쳐버리기로 했다
나는 하나의 생장을 치러 내기로 했다
그 또한 무성하게 길어질 것이다
천장에는 눈들이 총총, 형광 야광지의 일이다
그것은 밤하늘 별자리 대신이었다
뿌리가 부풀고 물이 퐁퐁 솟는 곳
거꾸로 매달린 것들,
무엇이든 휘어 감으며 풍성해졌다
난 물구나무 선 탓으로 머리가 무거웠고
아래로 내리는 지하란 그런 곳이었다
보이지 않는 벌레에게 천국은 지금일 것이다
사뿐사뿐 내딛는 울 슬리퍼는 구름
여기저기 수런대는 얘기소리는 바람
태양은 나였으므로 못 들은 척,
새는 머리를 박고 노래를 흔들었다
내가 쓴 글은 뿌리 부분이 적나라했다
구멍의 전이가 무럭무럭 자라났으며
매캐한 기록은 먹혀들었다
망가지지 않은 컴퓨터가 다행스럽다
모든 걸 삼켜버린 지하는 길쭉한 하늘이었다
이곳에선 뒤집는 역설꾼이 우세했다
벌레들은 달을 갉아먹은 뒤부터 발랄해졌다
검은 털들이 자라고 인간의 발가락도 생겨났다
영민한 벌레들은 조련하려 들며
눈빛들은 날카롭게 변해갔다
거꾸로 생장법, 그것이 모든 걸 가두었다
드디어 난 여길 빠져나가기로 결심했다
부엉이 입이 벽을 뚫고 나온 그 때
머리로 두꺼운 창을 깨부수기로 했다
하늘 밖 5톤 트럭은 나를 꺼내 줄 익스프레스
내 몸의 길이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권수찬
*약력: 2014년도 『문학의 오늘』로 등단
*연락처: 010-6662-8179
*이메일 주소: gso101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