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시아/ 툭,의 녹취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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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2-14 06:01 조회3,580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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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의 녹취록
금 시 아
도토리 툭 떨어진다
어디론가 굴러가고 싶었다 땅은
알아들었다는 듯 도토리에서 툭, 소리만 가져간다
단풍잎들 떨어진다 아등바등
늙은 손 같았다가 철부지처럼 자꾸 길을 잃는다.
귀가 큰 바람은 다급하다
세상의 자국들은 냉정하지만 정작 무심한 쪽은 놓아버리는 쪽이다 벌써 만질만질해져 있다
떨어지는 것들에는 線의 성분이 있어 하강하는 둥근 눈물자국들은 안다 어떤 깃털처럼 가벼운 것들도 언젠가는 다 투명한 직선이나 곡선 혹은 사선의 줄에 매달려 떨어진다는 것을,
푸른 은행잎처럼 툭 떨어진 사람, 지상의 마지막 그의 호흡은 우주의 행성 어디에선가 내뱉는 첫 호흡일 거야 그새 은행잎 떨어진 자국마다 민둥민둥해져 있다
귀를 가만히 기울여보면 시작은
싹이 돋는 순간이 아닌
꽃이 피는 순간이 아닌
잎들이 씨앗들이 떨어지는 둥근 순간이 아닐까
나뭇잎 다 떨어진 나뭇가지에서 대롱대롱 물방울 이파리 파닥거린다
떨어져야 다시 살아나는 시간들,
떨어진다는 것은 어쩌면 호상이겠다
금시아
1961년 광주 출생
2014년 〈시와표현〉 등단.
시집 『툭,의 녹취록』 『금시아의 춘천詩_미훈微醺에 들다』
제3회 여성조선문학상 대상,
제14회 춘천문학상,
제17회 김유정기억하기전국공모전 ‘시’ 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