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렉탈을 먹는 저녁 / 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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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2-11 14:00 조회3,977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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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시(인류 보편)
프렉탈을 먹는 저녁
-려원
브로콜리와 양상추를 먹는 저녁
포만과 졸음이 교차하다가 섞이는
이 시간을 어떻게 분류할 수 있을까.
닮은꼴로 태어나고 죽는
일란성의 자연계를 뚝 떼어놓을 수는 없을까.
닮은꼴로 너는 내안에 생성되기도
내 안에서 떨어지기도 한다.
우리는 왜 같은 맛의 음식을 매일 먹고
같은 베개를 베고 같은 시간을 정해 잠깰까.
서로 크기만 다를 뿐
우주의 별과별의 간주로 울고 웃을까
아직 그곳에서 나를 닮으려 유영하고 있는 너
빛나는 것들은 멀어서 그렇다고
너무 밝아서 우리는 서로 눈을 찡그리고
아련한 것들로 눈을 감으려 한다는 것.
어린 날에는 왜
큰 상처들만 있는 것일까
인간이어서 인간의 고통이 있고
내가 죽어야 할 죽음을 미리 본다는 것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닮았다는 것.
생일은 어떻게 한 살 더 많은 날을
거르지도 않고 찾아오는 것일까.
그러다 버려지는 것일까.
려원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과정수료
2015년《시와표현》등단
2016년「꽃들이 꺼지는 순간」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