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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의 황황망조 / 김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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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1-02 19:12 조회1,65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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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의 황황망조

 

김명은

 

긴 복도 전등이 줄줄이 따라온다 내가 달리면 별이 달린다

꽃받침이 꽃잎 받쳐주고 낱낱의 꽃잎 가벼워서 아버지 환하게 실려간다

 

뼈를 긁어대면 살이 가려워 허둥대는 밤이다

중독이다 지나친 편집이나 분열

나무가 나무그루터기에 별이 별자리에 주저앉는다

열한자리 전화번호 숫자를 하나로 단축시킨다

그게 그거지 다 같은 짐승끼리 피가 부족해 무슨 형이냐, A형 같잖아요

 

턱뼈를 고정시키고 덜렁거리는 팔다리를 고정시킨 유령들이 너무 가깝다 등지고 누워있는 침대가 돌아다닌다 한번만 안아 봐요 당신을 바꾸려다 등뼈가 구부러질 때까지 기다렸는데 이제 와서 죽어도 좋다는 허락을 피할 수 없어요 이런 고백은 멀고

 

수많은 길 어디에서 찾을까 아버지는 아버지를 놓치고 오늘밤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왜 꽃은 또 피는지 몰라

꽃이 많아 불안한 걸까 불안해서 노래를 불렀던 것일까

쇄골이 수평을 잡고 목을 꿰맨 수술자국이 주름살과 구별되질 않는다

모르는 그가 나가고 들어오는 그도 모르고

남은 시간 검은 음악을 들어야 할 거예요

두 손으로 잔을 돌리듯 목이 돌아간다 검은 넥타이가 목덜미를 끌어안는 섬망(譫妄)

창을 열면 흰 여자가 공원을 돌고 있다

여기가 어디냐 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냐 신발을 신지 않고 건너가는 사람이 아버지인지 나인지

 

꽃잎이 하얀 허공을 밟는다

 

 


 

김명은

2008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 사이프러스의 긴 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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