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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일/ 오늘도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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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8-02-01 09:59 조회3,19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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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사과

 

 

날 한 번도 만난 적 없이 떠나간 사람들에게

미안합니다, 잘해주지 못해서.

지난 봄 깊은 꿈을 꿨어요. 너무 깊어서, 눈을 떴는데 여전히 바닷속이었어요. 깜짝 놀라 다시 눈을 감았어요. 나도 모르게 뛰쳐나가려는 놀란 가슴을 손으로 눌렀어요. 내 몸은 이미 물이 됐는지, 가슴에 손이 빠져들었어요. 찬 심장을 거머쥐었어요. 손 안에서 심장은 물처럼 흩어졌어요. 그때 내 손을 잡아주어서 고맙습니다.

지난 봄 깊은 꿈에서 깼어요. 야산에 묻힌 지 사년 지난 네 살 아이 시신은 결국 못 찾았어요. 얼마 전 실종된 일곱 살 아이는 끝끝내 시신으로 찾았어요. 온 산을 거머쥐고 있는 땅속 아이의 작은 손을 생각했어요. 그 손을 잡아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내 머리를 모자처럼, 몸을 셔츠처럼, 다리를 바지처럼, 발을 구두처럼 공중에 벗어 놓겠어요.

내 손을 손수건처럼 공중에 건네겠어요.

단 한 번도 못 만나고 떠나보낸 이들에게 미안합니다.

단 한 번도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창문 속으로 빈방이 뛰어내리듯,

눈빛 속으로 사람이 뛰어내리듯,

오늘도 미안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김중일(金重一)

200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국경꽃집,

아무튼 씨 미안해요,

내가 살아갈 사람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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