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 / 송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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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8-01-29 19:56 조회3,814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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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
송과니
누가 왜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졌던 것인가.
한껏 호흡 짙어진
공기가 폐 속을 곰곰이 들락거리는 사이
지워지지 않는 파문이 많은
한 사내 나이는
고요로 가는 길 찾다가 깊어진 숲
나무속으로 이주하여 나이테가 되었지요.
참으로 별난 저 은신법,
어떤 비둘기가
구구구 파발을 이는 바람 편에 띄웠습니다.
그러나 잎들은 풍향의 화살 쏘지 않았고
오솔길은 동서남북을 저버렸습니다.
그런 오랜 숲의 충고 끝에
겨누는 짓
과녁적 화살표 둘둘 말아버림으로 말미암아
둥글어질 수 있음에 도달한 나이테.
이제 그대 파문 열어주오,
향하고 또 향하는 구애의 딱따구리가
여기 이르게 된
나무의 마음 연일 두드리고 있을 때
간직한 아픔의 어떤 무늬도 들키지 않으려는
숲 공기는 내
까만 그림자를 햇빛으로 표백하고 있었구요.
□ 송과니/ 2015년 시집 발표로 필명 바꿔 다시 등단.
시집 「밥섬」「내 지갑 속으로 이사 온 모티브」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