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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연민

너와집 한 채/ 김명인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1-25 03:39 조회6,60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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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집 한 채

                     

​

길이 있다면, 어디 두천쯤에나 가서

​강원남도 울진군 북면의

​버려진 너와집이나 얻어 들겠네, 거기서

​한 마장 다시 화전에 그슬린 말재를 넘어

​눈 아래 골짜기에 들었다가 길을 잃었네

​저 비탈바다 온통 단풍 불 붙을 때

​너와집 썩은 나무껍질에도 배어든

​연기는 매워서

​집이 없는 사람 거기서도 눈물 잣겠네

​

쪽문을 열면 더욱 쓸쓸해진 개옻 그늘과

​문득 죽음과, 들풀처럼 버팅길 남은 가을과

​길이 있다면, 시간 비껴

​길 찾아가는 사람들 아무도 기억 못하는 두천

​그런 산길에 접어들어

​함께 불 붙는 몸으로 저 골짜기 가득

​구름 연기 첩첩 채워넣고서

​

​사무친 세간의 슬픔, 저버리지 못한

​세월마저 허물어버린 뒤

​주저앉을 듯 겨우겨우 서 있는 저기

​너와집,

​토방 밖에서 황토흙빛 강아지 한 마리

​키우겠네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 어린

​처녀의

​외간 남자가 되어

​아주 잊었던 연모 머리 위의 별처럼

​띄워놓고

​그 물색으로 마음은 비포장도로처럼 덜컹거리겠네

​강원남도 울진군 북면

​매봉산 넘어 원당 지나서 두천

​따라오는 등뒤의 오솔길도 아주 지우겠네

​마침내 돌아서지 않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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