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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연민

모딜리아니-이승부, 김인희 감상평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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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06-26 14:15 조회5,77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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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딜리아니

모딜리아니, 그대는 어쩌자고 잔느의

목을 저리도 길게 뽑았는가.

창밖엔 소리없이 진눈깨비 흩날리고

차가운 와인이 목구멍에서 한없이 뜨거워지네.

쇄골이 슬픈 잔느처럼, 나는

사랑을 불태울 수 없는가, 진눈깨비가 질척이고.

내겐 해야 할 구실이 너무 많구나.

눈발에 쏱아지는 선혈,

천상까지 따라간 내 발자국소리

너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진눈깨비만 소리없이 질척이네.

잔느, 미안하구나, 불쌍한 나는

모자를 깊숙이 눌러쓰고

진눈깨비 뿌리는 아득한 골목에서

돌아서는구나, 너보다 슬픈 모가지를 하고.

 

 

 

감상평

20여 년 전 교보에서 세계유명화가들의 화집을 열권정도 샀다. 그 속엔 모딜리아니의 화집도 있었다. 지금은 인터넷 검색창을 통해 왠만한 화가들의 그림은 모두 찾아볼 수 있지만 그 때는 그 화가의 전체그림을 보고 싶으면 그렇게들 했다.

모딜리아니는 관능의 형상화에 집착하는 듯이 보였다. 길고 약간은 비스듬히 젖힌 목을 가진 그의 여인들을 보면서 가슴을 아릿하게 하는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모딜리아니의 또 하나의 작품을 보는듯한, 이승부시인의 “모딜리아니”...모딜리아니의 전체그림을 감상하고 압축한 듯한 인상을 풍기는 시이다.

“눈발에 쏱아지는 선혈/천상까지 따라간 내 발자국소리/너에게 다가가지 못하고,/진눈깨비만 소리없이 질척이네.”

천상까지 따라간 그의 고독이라면 그 고독의 깊이가 어떠했는지 짐작이 간다. 그의 생에 대한 쓸쓸함이 이 시를 읽는 나를 눈밭으로 내몬다. 지금 바깥은 7월 땡볕일 텐데... 나는 지금 전율할 만큼 춥다. 그의 여인 아니면 그의 생에 대한 치열한 사랑 때문에.      -글. 김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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