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뼈 / 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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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1-02 19:34 조회4,084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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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뼈
그의 말에는 관절이 달렸다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어리바리한 말이 비호감에서 벗어난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중용의 법칙이다
조금 전까지 내 손을 들던 그도
우정까지 상해가며 상사의 눈에 들고 싶진 않았을 것이다
대출금도 갚아야 하고 어머니 병원비도 모자라고
애들도 학원에 보내야 된다고 소리치고 싶었을 것이다
변명의 법칙이다
자신의 얼굴을 거울에 비추면서 그는 웃을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야 너도 진급에서 밀려나 봐
합리화의 법칙이다
이부장, 조금 손해 보더라도 굽히고 들어가 봐
절대로 할 수 없습니다
박전무가 책상을 친다
그럼 맘대로 해! 대신 책임지도록
권위의 법칙이다
내가 믿는 건 나다
이것은 통뼈의 법칙이다
성질 좀 죽여요
아침에 아내는 말했다
나는 20년 간 다닌 직장을 잃은 적이 있다
서류를 집어던지고 간부실을 나온다
내 안에서 통뼈가 부서진다
나도 아버지다
정선
2006년 《작가세계》 등단.
저서: 시집 『랭보는 오줌발이 짧았다』 에세이집 『내 몸속에는 서랍이 달그락거린다』
현 종합문예지 계간 《문예바다》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