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투른 다정 / 정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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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1-02 19:23 조회3,906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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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투른 다정
사람독이 묻어온 날에는
저녁이 되어도 쉽게 어두워지지 않는다
어둠에서 풀려나오는 무늬를 이해하는 밤
먼 곳이라는 말은 슬픔을 동반한다
모든 소리들이 사라진 곳에서
수요일은 시작되고
내가 불면의 시간을 음악으로 바꾸려고 했기에
물고기들은 잘 때도 눈을 감지 못한다
알코올이 없는 맥주를 마셨기에 밤에도 무지개가 뜬다
오래 건너지 않은 건너편처럼
아직은 낯선 먼 곳의 시간
우리가 버린 말들이 누군가의 귓속에서
농담으로 피어난다면
슬픔은 어떻게 편집될까
시들어가는 마음을 버리지 못해
안에서부터 말라 죽는 용설란처럼
실패한 다정들은 사막에 발을 담근 채
집요한 고요를 견딘다
모서리에 자주 부딪히는 구름의 언어가
내 안에 살고 있어
너는 푸른 눈동자를 지니게 되었다
정용화
2006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당선
『흔들리는 것은 바람보다 약하다』『바깥에 갇히다』『나선형의 저녁』
pometree@hanmail.net 010-5263-58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