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애/ 오래된 서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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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1-25 12:22 조회4,354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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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서랍
강신애
나는 맨 아래 서랍을 열어보지 않는다
더 이상 보탤 추억도 사랑도 없이
내 생의 중세가 조용히 청동 녹슬어가는
긴 여행에서 돌아와 나는 서랍을 연다
노끈으로 묶어둔 편지뭉치, 유원지에서 공기총 쏘아 맞춘
신랑 각시 인형, 건넨 이의 얼굴을 떠올리게 하는
코 깨진 돌거북, 몇 권의 쓰다 만 일기장들……
絃처럼 팽팽히 드리운 추억이
느닷없는 햇살에 놀라 튕겨나온다
실로 이런 사태를 나는 두려워한다
누렇게 바랜 편지봉투 이름 석 자가
그 위에 나방 분가루같이 살포시 얹힌 먼지가
먹이 앞에 난폭해지는 수사자처럼
사정없이 살을 잡아채고, 순식간에 마음을
텅 비게 하는 때가 있다
겁 많은 짐승처럼 감각을 추스르며
나는 가만히 서랍을 닫는다
통증을 누르고 앉은 나머지 서랍처럼
내 삶 수시로 열어보고 어지럽혀왔지만
낡은 오동나무 책상 맨 아래 잘 정돈해둔 추억
포도주처럼 익어가길 얼마나 바라왔던가
닫힌 서랍을 나는 오래오래 바라본다
어떤 숨결이 배어나올 때까지
古い引き出し
姜信愛(カン∙シンエ)
私は引き出しの一番下の段は開けない
もうこれ以上付け加える思い出も 愛もなく
私の生の中世にひっそりと青銅の錆が付いていく
長い旅から帰り、私は引き出しを開ける
ひもで括った手紙の束、遊園地のエアガンで撃ち落とした
新郎新婦の人形、渡してくれた者の顔を思い浮かべる
鼻の割れた石の亀、書いては止めた日記帳数冊
絃のようにぴんと張った思い出が
突然の日差しに驚いて飛び出してくる
私は実にこんな事態を恐れる
黄色に褪せた手紙の封筒に書かれた名前が
その上に蛾の粉のようにそっとたまった埃が
餌の前で荒れ狂う雌ライオンのごとく
容赦なく身を引っさらい、あっという間に心を
空っぽにしてしまうときがある
臆病な獣のように感覚を取り収めて
私は静かに引き出しを閉める
痛みを押さえた残りの引き出しのように
私の生をしきり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