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맛 / 김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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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1-02 19:42 조회4,170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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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맛
결코 경험만이 아니고, 아니고요
그걸 그냥 연애라 말할까봐요
1.5볼트짜리 건전지,
양극 바로 옆에 음극이네요
시가지 걷다 시그널 음악 멎었을 때
한 걸음 반에서 한사코 숙여 발끝 보면
내게서 가장 먼 날 환히 상상할 수 있어요
키스처럼 혀끝 대봐요
찌릿찌릿하고 야릇한 씁쓸한 맛
전류가 남았는지 알 수 있다네요
그렇게 내가 흘러온 방향과 흘러가는 방향을 아는 거래요
하지만 별로 권하진 말아요
불 켤 수 있는 남은 양 알면
예기치 않게 놀랄 수 있겠네요
기묘한 동작으로 형언키 어려운 청춘의 불빛들
충전할 수 없는,
날들은 눈부신 거죠
시침 뗀 표정으로 눈 감아도 느껴지는 이상한 맛
몸뚱어리에 퍼지고 비로소 어른이 되어버렸죠
사랑이었나요? 우리
아둔한 질문에 쓴웃음 지으며
몸만 남아 수명 다할 때까지
싱겁게 사라지는, 진짜로 이상한 세월의 맛
사거리 신호에 걸린 채
즐비하게 몸 섞는 여름과 가을 가로수
기억이 방전되도록
들리지 않는 음악 들으며
자연스럽게 어깨 비켜 지나는 연인들
김윤이
200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흑발 소녀의 누드 속에는』,『독한 연애』.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