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의 빛/ 조 용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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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2-12 07:41 조회3,493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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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의 빛
조 용 미
물은 점점 차오르고
당신의 얼굴은 보이지 않네
모든 빛들은 천천히 가라앉겠지
물속의 고요함은 정말 기괴하네
푸른빛 초록빛 싸늘한 흰빛 노란빛
그리고 검은,
검은 건 빛이 아니라서
그냥 어둠,이라고 해두지
물이 숨을 가득 채울 때 보았던 건
따뜻한 분홍빛
물속에서 이렇게 많은 빛들이 살아가는 줄
정말 몰랐지
내 노래의 음계들은 오래 어두울 텐데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는
고요한 곳이 있다면
그건 아마 물속일 거야
이제 물속에서 하늘을 보네
아아, 하늘은 물빛
난 당분간 눈을 감지 않을 거야
물빛은 점점 어두워 오는데
당신의 얼굴은 보이지 않네
물속의 고요함은 정말 기괴하네
조 용 미
1990년 《한길문학》으로 등단
시집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일만 마리 물고기가 산을 날아오르다』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
『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
『기억의 행성』
『 나의 다른 이름들』
산문집 『섬에서 보낸 백 년』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