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푸레 동면기외 1편/ 이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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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2-10 15:20 조회3,489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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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푸레 동면기
이여원
물푸레나무 찰랑거리듯 비스듬히 서 있다
양손에 실타래를 감고 다시 물소리로 풀고 있다
얼음 언 물에 들어 겨울을 나는 물푸레
생각에 잠긴 척
바위 밑 씨앗들이 졸졸 여물어가는 소리를 듣고 있다
얼룩무늬 수피가 물에 닿으면 물은 파랗게 불을 켰었다 바람은 지나가는 분량이어서 몸 안
에 들인 적 없고 팔목을 좌우로 흔들어 멀리 쫓아 보냈었다
손마디가 뭉툭한 나무는 실을 푸느라 팔이 아프다
나무의 생채기에 서표(書標)를 꽂아두고
녹아 흐르는 물소리를 말린다
푸른 잎들은 물속 돌 밑에 들어 있고
겨울 동안 잎맥이 생길 것이다
추위가 가득 엉켜 있는 물가, 작은 샛길이 마을 쪽으로 얼어 미끄럽다
빈 몸으로 서 있는 겨울나무들
모두 봄이 오는 방향 쪽으로 비스듬 마중을 나가 있다
날짜를 세는 가지는 문맹(文盲)이다
개울이 키우고 있는 것이 물푸레인지 물푸레가 키우고 있는 것이 개울인지 알 수 없지만
나뭇잎 하나 얼음 위로 소금쟁이처럼 떠 있다.
소금가시
인간의 몸에서 짠 부위는 눈이다
소금사막을 다녀온 이후로
끊임없이 눈에서 물들이 연장선상을 이루는 걸 보아
눈은 고원高原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짭짤했던 잔소리 같은 흰 꽃이 고원 산
맥을 타고 녹아내리고 있다
까마득한 옛 바다는 물 대신 모래를 불러들였듯
관계 증발은 피할 수 없다
염장이 길어진다는 것은
계절을 가두어 빗장을 지른다는 것이고
조금씩 간을 보태는 염장의 시간들이 있다
나에게 하나 둘 떠나가는 건 짜디짠 날들
나 또한 딱딱한 빈 소금부대 되어 발문이 시작되리라
우리의 미뢰는 짠맛이 날카롭게 느껴진다는 소문
짠맛에 냄새가 나지 않는 이유는 어떤 징조 같은 것이
아닐는지
아버지를 쟁반에 쏟아보니
쏴르르 파도소리를 토한다
두 손으로 사리를 움켜잡으니 오도독 어금니 무는 소리가
들린다
각을 세웠던 손바닥을 찌르는 소금 가시들
하늘과 땅의 합수 지점
물기들이 날아가고 가시들은 수평선에 모두 걸려 있다
몇 번의 상처를 염장할 수 있는 소금기가 고원의 눈 속에 아
직 있다
약력
201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등단
2015년 시흥문학 대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