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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워지는 숲/ 조용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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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1-22 18:30 조회3,57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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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워지는 숲

 

조 용 미

 

 

숲은 어둠의 기미로 달콤하다

 

잣나무 숲으로 난 오솔길은 내 얼굴을 빌려 저녁이 뿌리는 물뿌리개의 물방울들을 촘촘히 다 들이마신다

 

나뭇잎 사이마다 어둠이 출렁여도 밖으로 난 숲길 한쪽은 아직 환하다 연한 어둠의 파란에 둘러싸여 나는 몸에 천천히 붕대를 감는다

당신도 언젠가 이 숲에 왔을 것이다

숲은 폭풍의 예감으로 일렁이고 있다

 

당신도 이 숲에서 심장을 움켜쥐어보았을 것이다

바람이 손바닥의 붉은 꽃잎들을 날려버렸을 것이다

 

숲이 어두워지는 것이 내 몸의 어둠 때문이라고 말하지 않겠다 물감이 풀리듯 어두워지며 흘러내리는 시간들,

 

오랜 격정으로 숲이 대낮에도 어둠을 불러들이곤 했다는 걸 당신은 알지 못하리라

 

당신도 여기 서 있었을 것이다

혈우병에 걸린 고래처럼 단 한 번의 상처로 멈추지 않는 피를 오래 흘리며 흰 붕대를 붉게 물들였을 것이다

 

어둠으로 회오리치는 붉은 숲은,

 

 

  

조 용 미

 

1990한길문학으로 등단

시집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일만 마리 물고기가 산을 날아오르다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

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

기억의 행성

나의 다른 이름들

 산문집 섬에서 보낸 백 년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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