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없는 길/ 한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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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06-23 12:03 조회4,054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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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없는 길
두려움 때문에 그날도
두려움 없는 길을 찾았네
잠깐 사이에,
봄비 잘 내리는 날이었건만
적포도주로 가슴도 덥혔건만
회양목 연둣빛 꽃망울 곁이었건만
냉랭한 두려움 훅 끼쳐왔네
그럭저럭 믿으며 만나온 사람
그 사람의 가방이 빗물에 젖을 때였네
문득 가방 밖으로 나와 흐르는 글씨들
쌩하니 일어나며 나를 휘돌아
먼 골짜기로 흘러가는 기미, 훅 끼쳐왔네
잠깐 사이에,
나는 엄청난 딱딱한 사물이 되었었네
회양목의 말끔한 눈망울만을 겨우
알아보았을 뿐이었는데
순간 나는 구르고 있었네
돌처럼 그렇게 구르며 길을 내고 있었네
두려움으로 구르다 찾는 두려움 없는 길
살아있는 동안 열리는 살 길을
그날도 찾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