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릉의 취모검/한이나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2-10 10:28 조회3,388회관련링크
본문
파릉의 취모검
한이나
칼날 위에 머리카락을 올려놓고
입으로 불면 끊어지는
취모검, 칼 한 자루 생각한다
잡풀 무성한 마음까지도 쓰윽 슥
단칼에 벨 수 있는
이를테면 사람을, 세상을 살리는
활인검
쇳물이 되었다가 뜨겁게 열 가한 칼날이
도라지꽃으로 푸른빛을 띨 때
때려 펴고 갈아주길 무수히 반복하면
고통의 한 가운데
녹슬지 않는 금강의 시간들
언젠가의 생애에 내 한 번은
대장장이 곳집의 칼이었을지도
길이 1미터 넘는, 날카롭게 날이 선
칼의 잔혹한 말을 견디며
더 나은 삶을 위해 바치는 또 다른 눈부심
기묘한 아름다움의 칼들
제 마음을 무수히 베이고서야 한 마음을 얻는 칼자국들
속이 하얗게 빛나는 잘 벼린 칼의 날을 맨손으로 짚고
고요히 목숨을 건너는 하루,
나는 나를 잊는다
http://www.k-poem.com/bbs/board.php?bo_table=theme02&wr_id=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