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촉 불가촉 / 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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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1-02 19:32 조회3,901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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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촉 불가촉
정선
불가촉 불가촉
새가 운다
밤은
벌겋게 빽빽하거나 헐렁하거나
캄캄하게 집요하거나 심드렁하거나
둥글게 깊어서 닿지 못하거나
날카롭게 넓어서 끝이 없거나
경계와 경계를 허무는 건 바람의 몫
방관자들이 다녀간 하늘에 슬픔은 저토록 방싯거리고
하루하루는 비비꼬인 퀴즈 같아
목이 말라요 불가촉
만지고 싶어요 불가촉
만진다는 건 네 몸에 지극히 스미고 싶다는 구애
울어도 울어도 좁혀지지 않는 거리
나는 불가촉 연체동물
고통이 암고양이 발로 침실을 엿보면
배밀이하며 내 속에 길을 만들지
내게 뒷심 좋은 꼬리가 있다면
지렛대 삼아 멋지게 한방 펀치를 날릴 텐데
잠시 엄마랑 도린곁에서 쉬었다 올게요
환송식 따윈 필요 없어요
연탄 향 속에 존재증명을 하고서
불…가촉 불…가촉 가…촉 가…
유리구두는 깔렸는데 신데렐라는 없구나
오늘 나의 개똥철학은 사타구니 속에서 몰락한다
이제 지구는 사피엔스 사피엔스들이 돌릴 것이다
내일은 새로 생긴 갈비뼈 깊숙한 곳에서
시퍼런 태양이 뜰 것이고
규칙을 어겨서 죄송하다
정선
2006년 《작가세계》 등단.
저서: 시집 『랭보는 오줌발이 짧았다』 에세이집 『내 몸속에는 서랍이 달그락거린다』
현 종합문예지 계간 《문예바다》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