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한 일 / 류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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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1-01 19:32 조회3,881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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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한 일
이 생에서 나 하나 잘한 일이 있다면
고요한 견딤으로 기다릴 줄 알았단 것
이윽히 나비 날갯짓 바라볼 줄 알았던 것
바람 지난 자리에서 꽃잎 가만할 때까지
여윈 겨울나무에 여린 꽃눈 돋기까지,
멍 그늘 짙은 숲 속에선
가만 손등 감싼 것도
금빛 햇살 자란자란 물무늬 이는 강변
드러난 나무 밑동 위 낙엽을 덮어주며
갈대의 겨운 속울음 춤이 되는 걸 바라보네
별들의 불면 곁에서 선잠을 자다 깬 듯
이 생에서 나 무엇도 이룬 것 하나 없지만
고요히 바라보는 행복
알게 된 일 참, 다행이네
류미야
2015년 월간《유심》등단. 월간《공정한시인의사회》 편집장 및 서울디지털대학교 문예창작과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