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소나무 숲에 갔다-김인희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9-11-21 19:36 조회2,843회관련링크
본문
겨울소나무 숲에 갔다
눈 내리는 겨울소나무 숲에 갔다
하얀 숲속에 떠나버린 새들의 발자국이 남아있다
창문을 북향으로 낸 것을 잊어버린
겨울 숲의 서재는 따뜻했다
수천 년 꿈을 키워 온
겨울소나무 숲에
미리 머물다 간 새들의 문장이 보인다
수메르, 길가메시, 쐐기문자…,
그 이후
사철 푸르던 잎들
바늘 끝처럼 예민해져 갔고
동안거에 들어갔던 겨울숲에
새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티그리스 강에 얼음이 녹고 있다는 연락이 왔다
이제 서재의 동문을 열어도 좋다는 연락이었다
마침내 서재의 문이 천천히 열렸다
하늘과 땅 사이에 겨울소나무 숲이 있었고
함박눈이 퍼붓듯이 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