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아기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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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1-01 20:15 조회4,561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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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염소
이화영
어둑한 눈발 속으로 소년이 나타났다
쇠말뚝에 목줄 매인 아기염소
짧은 꼬리를 흔들며 소년에게 달려간다
소년이 아기염소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하자
아기 염소 잽싸게 쇠말뚝 자리로 돌아간다
뚝방길로 오는 동안
소년은 아기 염소 울음에 귀 기울이고
아기염소는 쏟아지는 눈발 속에서 소년을 기다리고
눈발은 거세지는데 소년은 움직일 줄 모른다
아기 염소 가는 울음 길게 두 번 울고
소년 쪽을 기웃거린다
시든 고마리 눈에 덮이고
미나리 꽝은 살풋 얼음을 입고
소년은 아기염소 목줄을 가만 움켜쥔다
아기염소 젖은 풀 해찰하다
높은 굽 타달거리며 소년을 쫓아간다
눈발은 아득히 그칠 줄 모르고
월간 『현대문학』 2016년 3월호
이화영
-2009년 『정신과표현』 신인상 등단
-시집 『침향』 2009. 혜화당, 『아무도 연주할 수 없는 악보』 2015. 한국문연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