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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과 슬픔과 새 / 신용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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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1-11 21:42 조회4,081회

본문

가을과 슬픔과 새

All the faint signs

 

 신용목

 

슬픔이 새였다는 사실을 바람이 알려주고 가면, 가을

새들은 모두 죽었다,

사실은 흙 속을 날아가는 것

태양이라는 페인트공은 손을 놓았네

그 환한 붓을 눕혀

빈 나뭇가지나 건드리는데,

그때에는 마냥 가을이라는 말과 슬픔이라는 말이 꼭 같은 말처럼 들려서

새들이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지네

사실은…… 이라고

다른 이유를 대고 싶지만,

낙엽이 새였다는 사실을 바람이 알려주고 가는 가을이라서

날아오르는 것과 떨어져 내리는 것이 꼭 같은 모습으로 보여서, 슬픔에도 빨간 페인트가 튀는데

나뭇가지라는, 생각에 붓을 기대놓고

페인트공은 잠시 바라보네

 

그러고도 한참을 나는 다리 위에 앉아 있다 이 무렵, 다리를 건너는 것은 박쥐들뿐……

단풍의 잎들은 어둠 속으로 떨어지고 단풍의 빛깔은 태양 속으로 빨려든다,

마치 태양에 환풍기를 달아놓은 것처럼

나는 지키고 있다, 나의 몸으로부터

붉은빛이 빠져나와 태양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나의 몸이 어둠 속으로 떨어지는 것과 함께

그래서 박쥐들은 검구나, 슬픔과 몸이 하나일 수 있다는 것

모든 퍼포먼스가 끝나고 빨간 페인트통 뚜껑을 닫고 태양마저 사라지면

나는 혼자서 터덜터덜 다리를 건너며, 오늘도 잠이 오지 않으면 무엇을 세어야 하나, 하나부터……

생각하다가, 하늘을 뒤덮은 박쥐 떼를 보며 문자를 보낸다

여기는새들이참많습니다가을만큼많아요

 

 


 

신용목

 

2000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아무 날의 도시』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가 있다. 백석문학상, 노작문학상, 시작문학상, 현대시작품상, 육사시문학상 젊은시인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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