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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별회 / 신용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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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1-11 21:38 조회1,403회

본문

송별회

 

신용목  

 

 

이 불판을 데우는 것은 타오르는 단풍 같습니다. 저 접시에 담겨 나오는 것은

갓 떨어진 낙엽 같습니다.

놀랍게도, 고기는 연기의 빛깔로 익는군요.

재의 색깔인가요?

 

내 몸속에는 아직 잎을 떨구지 못한 단풍들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아무래도 빨갛게 타고 있는 모양입니다. 모든 말들이 연기로 피어오르고 있으니,

모든 문장이 재로 남아 있으니,

한 점씩 집을 때마다 고백이 많아집니다.

후회에는 냄새가 나는군요.

 

나는 낙엽이 점점 무거워져서 떨어지는 것만 같습니다.

바람이 불면 돌멩이가 날아오는 것만 같습니다.

 

그리고, 내 몸에 불이 번질 것 같습니다. 웃지 마세요. 입 속에 불씨가 보입니다.

 

낙엽이 다 졌는데 왜 바람이 부는 걸까요?

 

그날 내 입술에서 흘러나온 낙엽 한 장을 부드럽게 핥아주었던 것은 두고두고 잊지 않겠습니다.

 

화상연고 같은 안개가 강둑을 넘어오는 시간입니다.

누가 강물을 짜내고 있는 시간입니다.

 

얇게 썬 살코기를 매단 나무를 올려다보면, 꿀꿀거리며 죽어가는 잔별들이 보입니다.

 

정말로 밤은 끝을 오므린 검은 봉지일까요?

 

어느 날, 내 몸속의 잎들이 한꺼번에 지는 날이 있을 겁니다.

내 몸을 찢고 나온 슬픈 식사가 있을 겁니다.

 

계절이 헐렁한 바지를 입고 성큼성큼 어디론가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내 몸을 뒤춤에 아무렇게나 기워놓은 호주머니로 사용하지는 않겠습니다.

찌그러진 담뱃갑처럼 슬픔 따위를 구겨넣지는 않겠습니다.

 

 

 


 

신용목

 

2000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아무 날의 도시』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가 있다. 백석문학상, 노작문학상, 시작문학상, 현대시작품상, 육사시문학상 젊은시인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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