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들녘에 서서 - 한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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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06-21 13:51 조회1,132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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엷어진 하오의 햇살
가만 가만 바람 뒤에 숨고
억새는 은빛 꿈 머리에 이고
도래질 하며 일어선다.
새들 날아간 자리에
벌레들은 고성방가 하고
행렬로 내려서는 낙엽들은
무슨 사연 많기에
붉으락푸르락 바르르 떨고 있나
익숙한 발걸음으로 다가서는
옛 주인에게 자리 내주려
엇갈림 속으로 고슴도치인양
솟는 생각들 질펀히 젖는다.
세상 만물은 한 곳에 머무르지 못해
때 되면 훌훌 털고 말없이 일어서는데
나는 가을 들녘에 서서
마음만 조리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