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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 최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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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06-21 13:52 조회4,07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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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저 멀리

내 청춘 벌써 지나갔네

말 없는 마른 풀들과 함께

유목민으로 오래 서성거리다가

혹 잊혀졌는가 싶을 때

너무 늦게 서로에게 가고 있네

지금도

네가 있어 시를 쓴다

네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써댔던 그 무수한 시들도

실은 내게로 향한 것들이었다

언제 갔다가도

언제나 내게로 돌아서던 여러 겹의 막막함이었다

사랑은 쓸쓸해서 너무나 머나먼 길

그 길을 걷다가 눈물 겨워도

아프다 아프다 하지 못했다

오늘은 몹시 앓을 것 같은 이 예감으로

너와 내 가슴에 불을 지피고

초원으로 가서 길을 잃고 싶다

부르지 않아도 은밀한 사랑은 온다

사랑은 얼마나 비열한 고통인가

사랑은 얼마나 열렬한 고독인가

찌르고 기다리고 다시 찔리는

신열의 잎사귀들

쉽게 부서지는 걸 사랑이라 부를 수 없어

이제 사람들 다 돌아간 자리

바람에 책갈피 마구 날리며

길인줄 알고 은행잎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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