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해질녘에/김인희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07-29 14:08 조회770회관련링크
본문
아마도 그곳은 에덴동산?
문이 닫히지 않기를 바라면서, 환상처럼
잎 넓은 떡갈나무 아래 나무 벤치 놓여있고
벤치 위엔 우리 함께 읽던 헤세의 여름 시집 놓여있네
가슴 두근거리며
헤세의 여름 시 한 편 가만히 읽어 보네
내가 ‘에덴!’ 하고 부르면
왜 나의 에덴은 이런 형태로 고개를 내어 미는지?
그는 떠나고
나도 떠나고
떡갈나무 그늘과 벤치와 헤세의 여름시집도 떠났네
그곳에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네
그런데도 나는 늘 그곳을 그리워하네
아무것도 없는, 여름날 해질녘 거기
가슴 찢어질 듯
그곳으로 달려가 보네
아무것도 없는 곳
0이 있는 곳, 거기
가슴을 찢고
그곳에서 양귀비꽃 같은 새빨간 언어 한 송이를 꺼내 보네
반중력의 에너지로 너에게로 돌아가리니
돌아간 떡갈나무 아래서
소년 같은 너를 다시 만나
헤세의 여름 시를 다시 읽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