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죽나무꽃 진 자리/ 김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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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08-16 23:26 조회4,687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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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죽나무꽃 진 자리
당신은 잊었습니까?
어느 깊은 산 숲속
여린 봄꽃들 이미 계곡의 물 따라
저 산 아래로 흘러가버린 곳
여름 나무들 하나씩 기억 따라 위로 솟아오르던
참으로 오랜 방황 끝에 돌아온
큰 바위 쉬는 곳
짙푸른 성하의 숲속에
한 그루 눈부시던 흰 꽃나무
그 때죽나무꽃
당신은 잊었습니까?
대지의 어느 순결한 공간
때죽나무꽃 뚝뚝 떨어져
하이얀 언어로 기록되던
희고 눈부신 그 꽃자리
때죽나무꽃 핀 6월의 숲속에
비밀스런 바람이 불어
땅에서 하늘까지
구불텅 둥근
그 불의 혀가 만들던
꽃의 역사를
당신은 잊었습니까?
심장에 새긴 그 하얀 언어, 꽃자리
위로 휩쓸어 가던
뱀, 그 숨겨진 불길을
때죽나무꽃 하얗게 져내려
전설처럼
내 땅에 무늬로 남은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