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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겨울 산비탈의 누옥/ 김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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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06-21 11:54 조회4,73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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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겨울 산비탈의 누옥​

저 겨울 산비탈에

낡고 허물어진 빈 집

겨울 여행을 할 때면

가끔 산비탈에 홀로 서있는 누옥

그 누옥의 책장을 넘긴다

가지런히 놓인, 가난하지만 행복한 가장의 연장들

그 가장의 밥상을 차리는 순한 아내와

희미한 불빛 아래서

밤새워 책을 읽는 그들의 아이들

  

누옥의 역사는 몇 장 찢어진다

문명은 허기진 짐승처럼 대지의 기운을 집어삼키고

「사내와 그의 아내와 그들의 아이들」*은

주인을 기다리는 낡은 빈집과

늦가을 비에 젖는 상처 난 신발들과

어디선가 눈보라를 피할 길 없는

아이들로 내용이 수정된다

  

누구도 감히 닿지 못한

저 겨울 산비탈의 누옥, 겨울의 상처

상처의 굳은 덩어리, 골짜기의 얼음이

깨어지고 있다

강가의 작은 돌들과 여린 봄꽃들을 깨우고

수천의 흰 빛 비둘기 떼를 하늘로 밀어 올릴

다가올 봄강의 내력이 적힌

저 겨울 산비탈의 누옥.

 

 

​*클로드-레비스트로스(Claude Lévi-Strauss, 1908~2009)는 그의 저서 『구조 인류학』에서 인류의 기본구조이며 친족의 기본구조로 「사내와 그의 아내와 그들의 아이들」을 제시한다.

필자는 저 기본 구조중에서 말하자면 사내든 아내든 아들이든 딸이든 하나를 움직여 시간의 방향을 바꾸는 방법, 새로운 인간, 새로운 인류구조를 제시하는 시쓰기를 해왔다. 이 시편에서의 '누옥'은 당연히 시간이 끝나가는 인류이며, '봄강의 내력'은 시간이 재생된 새로운 인류를 펼쳐갈 인류의 집단기억이 저장된 곳을 의미한다.

​                                                                         -필자의 과학철학에세이『언어게놈 지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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