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여우 / 테드 휴즈(추천 조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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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2-01 16:11 조회4,513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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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여우 / 테드 휴즈
-(시상이 시인의 머리에 떠오르는 과정을 여우가 점점 구체적으로 실체화하여 다가오는 것으로 비유하고 있다.)
나는 한밤중 이 순간의 숲을 상상한다.
뭔가 다른 것이 살아있다.
괘종시계의 고독 곁에
그리고 내 손가락들이 움직이는 이 빈 지면 곁에.
창문으로 별 하나 안 보인다.
어둠 속 더 깊은 곳에 있지만
더 가까운 뭔가가
고독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어둠 속에 눈처럼 섬세하게, 차갑게
여우의 코가, 잔가지, 잎사귀를 건드린다.
두 눈이 한 움직임을 건드려, 그것이 이제 막
다시 또 이제 막, 또 이제 막, 이제 막
나무들 사이 눈속에
깔끔한 자국을 찍고, 신중하게, 한 절름거리는
그림자가 천천히 걷는다, 그루터기 곁을,
대단하게 개간지를 가로질러 온
텅 빈 몸뚱이를 쓰고, 하나의 눈(目),
넓어지고 기어지는 초록빛,
눈부시게, 집중되어,
제 자신의 용무로 와서
마침내, 여우의 강렬하고 자극적인 악취를 풍기며
놈은 머리의 어두운 구멍으로 들어간다.
창엔 아직 별이 없다. 시계가 똑딱이고,
지면에는 글자가 찍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