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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했던, 좋아하는 외국시 

 

유희선 추천, 공짜는 없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2-11 12:58 조회4,255회

본문

공짜는 없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공짜는 없다. 모든 것은 다 빌려온 것이다.

내 목소리는 내 귀에게 커다란 빚을 졌다.

나는 내 자신에 대한 대가로

스스로를 고스란히 내놓아야 하며,

인생에 대한 대가로 인생을 바쳐야 한다.

 

, 여기 모든 것이 미리 준비되어 있다.

심장은 반납 예정이고,

간도 돌려주기로 되어 있다.

물론 개별적인 손가락과 발가락도 마찬가지.

 

계약서를 찢어버리기엔 이미 늦었다.

내가 진 빚들은 전부 깨끗이 청산될 예정.

내 털을 깎고, 내 가죽을 벗겨서라도.

 

나는 채무자들로 북적대는

세상 속을 조용히 걸어 다닌다.

어떤 이들은 자신의 날개에 대한 부채를 갚으라는

압박에 시달리는 중.

또 다른 이들은 싫든 좋든 어쩔 수 없이

나뭇잎 하나하나마다 셈을 치르는 중.

 

우리 안의 세포 조직은

송두리째 채권자의 손으로 넘어가버렸다.

솜털 하나, 줄기 하나도

영원히 간직할 순 없는 법.

 

명부의 기록은 모두 다 정확하며,

그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는 빈털터리 정도가 아니라

완전한 무()의 상태로 남겨질 예정이다.

 

나는 기억할 수 없다.

언제, 어디서, 무엇 때문에

내 이름이 적혀 있는 이 복잡한 청구서를

스스로 펼쳐 보게 되었는지.

 

이 거래에 반대하는 지급 거절 증서를

우리는 영혼이라 부른다.

이것은 명부에 기록되어 있지 않은

유일한 항목이기도 하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폴란드

                                      노벨문학상 수상시인

   

유희선 시인

 

서울출생  

2006년 경남문학 신인상 등단 

2011년 시사사 등단 

시집 『하얀바다 

현재 창원 거주,

경남문인협회, 경남시인협회, 창원문인협회, 마산교구가 톨릭문인회 회원

동인 <가향>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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