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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그램의 진실/ 권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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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2-01 14:54 조회3,94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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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그램의 진실

 

권이화

 

 

황무지를 실은 녹슨 기차가

붉은 하늘로 검은 새떼들이 날아오르는 도입부를 지나면서

영화 속 사내 얼굴이 비쳤다

 

기차는 거울 앞에서 잠시 멈추었다가 혹독한 꽃샘추위를 밀고 거울 속으로 들어갔다

사내는 먹물이 꽉 찬 옆구리를 짜내고, 붉은 꽃잎에 중독中毒된 제 입김을 끌어다 저울에 올린다 고작 21그램이다 그 옛날 바람에 중독되어 숲으로 떠난 어느 심장의 무게도 21그램이라고 했었다. 꿈이 어긋난 바람에, 번개와 번개가 마주쳐도 꽉 쥐었던 21그램의 무게들은 얼마나 털끝 같이 가벼웠나

 

우리가 가까워지도록 지구는 자전한다, 우리가 같은 꿈을 꿀 때까지*

 

사내는 순간

누구도 삭제할 수 없던 이 중독된 가설을 놔버렸다 손이 가볍다

 

아틀라스 어깨에 뜨는 별의 무게도 사내가 가지고 떠난 21그램의 무게와 같았다 그러나 기차가 떠나버린 뒤 영화 속 사내의 이야기와는 달리 아무것도 진실이 되지 못했다 우리가 가까워지도록 지구는 자전한다지만 우리는 같은 꿈을 꿀 수가 없다 무게가 같아도 중독의 정도에 따라 위대하게도 차이가 났다.

     

단지 거대한 환경의 우주 안에서 부유할 뿐*

      

      *영화 <21그램>

 

 

 권이화-

 2014년 미네르바 등단, 현 미네르바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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