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희의 독창적 이디엄 "흰"- 우주론적 형이상학의 한 범례로 기록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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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07-13 18:33 조회11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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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한양대)교수 평론
이번 시집(제5시집, 『내 사랑, 흰이 돌아온다』)에서 김인희 시인은 우주의 에너지가 견지하고 있는 독창적 이디엄이라고 할 수 있는 “흰”이라는 이미지를 퍽 열정적으로 구상해 간다. 집단기억의 기운을 띤 이미지로서의 ‘흰’은, 그녀 시편에서 부단히 우주의 최초 에너지로 환원되면서, 이때 발원하는 집단무의식의 편린들로 하여금 개별 시편으로 쏟아져 나오게끔 해준다.
김인희 시학은 우리 시단에 빈곤하기 짝이 없는 우주론적 형이상학의 한 범례(範例)로 기록되어 갈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사랑의 완성’으로서의 시적 존재론을 가멸차게 보여준 그녀의 외로된 실험과 결실에 걸맞은 비평적 탐구가 더욱 두텁고도 폭 넓게 이어져가기를 또한 기대하게 된다. 이번 시집이 그러한 작업의 개활지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 2016년《시와 표현》 9월호(『흰』본문 p.551~558)
오형엽(고려대) 교수 평론
올해로 등단 33년을 맞는 김인희는 인간과 세계와 우주를 관통하는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진리를 체계적인 구조로 파악하려는 시도를 일관되게 펼치면서 그 형이상학적 사유와 인식을 시적 언어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한국 현대시인들 중에서 독자적인 위상을 차지한다.
김인희의 시 전집, 『흰』 의 장르적 특성인 ‘과학적 우주 서사시’는 ‘우주(세계)의 실재(the real)’를 응축하는 ‘통합적 모나드(monad)’라는 성격을 가진다.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한 적 없는 이 시집의 장르는 우주(세계)를 하나의 모나드로 응축하여 모델화하고 그 단면을 관통하는 방식으로 통합적 도식을 제시하는 ‘우주(세계)의 축소판’이다. 김인희는 ‘우주(세계)의 실재’를 구성하는 기본 범주로서 우주와 지구, 공간과 시간, 물질과 정신, 의식계와 무의식계, 상상계와 상징계 등의 양극을 종횡무진 횡단하면서 복수적 진리 체계들을 상호 융합하는 과정을 거쳐 ‘통합적 모나드’에 도달한다.
김인희의 이 모든 작업은 “본래 물질이었으나 에너지화되어 사라졌던 시간을 다시 ‘물질’로 나타나게 하는 시적인 과정을 그린 것”이다. 그것은 순전히 황폐한 지구환경을 처음처럼 되돌려 지구에게 새로운 시간을 가져다 주려는, 인류가 가진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목적을 성취하는 것이다. ― 『흰』 본문 p.559~6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