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과 붉은 색의 탄생 -생명을 위한 우주의 굿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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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02-12 09:37 조회125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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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과 붉은 색의 탄생
-우주의 굿 판
저 죄를 씻을 다시 한 번의 오르가슴을 위하여
아들을 낳을 진통이 시작된다
지혜는 사방의 용들을 불러 모은다
그리고 명령한다
저 꽃밭을 모두 짓밟아라
세상의 딸기밭을 모두 밟아라
불꽃의 심지를 흔드는 바람을 불러라
붉은 색과 뜨거움을 열병처럼 찾아 헤매던
바람이여 돌아오라
폭풍이여 돌아오라
뜨거운 움직임을 잃었던 붉은 꽃들이여
모두 이곳으로 돌아오라
피어오르라
타오르라
붉은 빛나는 모든 실과, 모든 열매
모든 꽃을 한데 모아 흩뿌려라 그리고
저 대지의 흰 치마폭에 싸인 사내들에게
피처럼 불꽃처럼 뿌려주어라
사내가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도록
영영 그 치마 폭에 싸여 뼛가루를 흩을 때까지
사방의 산들을 터뜨려라
산들이여 모아 두었던 숨길을 터뜨려라
대지의 심장 속에서 영원처럼 하얗게 타오르던
그 불길을 터뜨려라
용암의 분출을 도와라
아무도 열지 않았던 내 창고를 열어
내 전 생애를 투사한 그 화목들을 모두 꺼내어
저 타오르는 불 속에 던져 넣어라
사내로 자라날 모든 씨들이 담긴 자루를
저 불 속에 쏟아 넣어라
온 세계를 태워 버려라
하얗게…하…얗…게…태워 버려라
그와 난 또다시 불이 되어 타오르고
죽었던 모든 것들이 다시 그 불꽃 속에서 일어난다
대지의 흰 치마폭에 점점이 떨어진 핏자국이여
딸기밭이여
붉은 실과, 붉은 꽃들이여
어린 사내들이여
내 아들이여
닫힌 산이여
오, 하얀 재로 흩날려 갔던
내 사내
내 사랑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