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땅!

시각 0의 지점에서 토끼와 거북은 헤어졌지만

그들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굴리고 굴려

제자리로 돌아왔다.

길은 둥글었고, 그래서 열심히 직진을 했으나 제자리로 왔다

거북이 돌아오자 토끼도 왔다

시각 0의 지점, 우주산 정상에 거북이 먼저 왔다

땅의 이름은 거북이었고,

시간의 이름은 토끼였기 때문이다

열심히 뛰었던 토끼는 뒤이어 돌아왔다

토끼의 트랙과 거북의 트랙은 달랐다

토끼와 거북의 트랙은 열역학적 트랙이었고

거북의 트랙은 열역학 제1법칙이 적용된 트랙

그것뿐이다

세상 사람들은 토끼가 진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정확한 심판은 트랙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뿐이다

빅뱅의 그날, 둘은 다시 합일을 할 것이고

시각은 다시 0의 지점을 통과할 것이며

거북은 다시 토끼를 이길 것이다

사실은 먼저 죽어 부활한 것이다

사실 토끼는 거북과 경주를 하지 않았다

경주의 시작과 끝에서 거북의 얼굴을 잠깐 봤다는 죄로

우주심판이 거북의 승리로 선전을 하고 있는 것뿐

이겼다는 것은 거북의 혼자 주장일 뿐

우주의 다른 공간에서는 모두 다 아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