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나의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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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8-04-19 21:30 조회31,961회관련링크
본문
한이나(1953~ )
요약
한이나는 사물들 속에서 존재들의 존재이유를 깨닳음과 연결시킨다. 가볍고 고요한 그녀의 깨닳음의 세계는 우리에게 천상의 생활이 어떤 것일지를 충분히 상상하게 만들어 준다.
국적: Korea
영어이름 Li-Na, Han
일어이름 ハンイナ
한자 韓利羅
등단: 1994년 월간 《현대시학》 에 작품을 발표하면서 시창작 활동 시작.
시집
『유리자화상』 『첩첩단풍 속』 『능엄경 밖으로 사흘 가출』 『귀여리 시집』
『가끔은 조율이 필요하다』 등.
수상
한국시문학상
서울 문예상 대상
내륙문학상
2016 세종우수도서 선정
시집 각 권별 주제:
한이나 시인을 보는 한국 문단의 시각:
* 물화物化 의 상상력과 미학적 전범, 별유천지 - 박제천 시인
* 시 한편한편이 단아하고 흐트러지지 않은 완성도 높은 시 - 신경림 시인
* 서정의 정갈함과 자의식에 사로잡히지 않고 고통을 타고 넘는 마음기법이 오늘날 우리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 신진숙 평론가
* 사물의 세계에 대해 깊이있게 천착하며 자신의 경험적 현실을 핍진있게 그려낸다 - 박주택 시인
K-POEM에 실린 한이나의 시
1.도라지 佛
2.걷는독서
3.파릉의 취모검
4.옻칠 꽃그림(일역)
5.봄의 환(일역)
6.모짜르트의 날개(일역)
7.버들잎관음도(일역, 영역)
도라지 佛
그리움을 심었더니 피어난 도라지꽃
보라색 흰색의 빛깔들
우렛소리 몇 건너와 삼킨 울음, 속 끓였던
곡진한 슬픔이 맑게 피어났다
북한강 자투리 밭의 풍경이 된 그는
향기를 뿌리지 않는다
작은 소리도 내지 않는다
서너 됫박의 비련을 안으로 감추고
바닥에 내려놓을 줄도 안다
기다림을 심었더니 몰래 피어난 도라지꽃
먼 데 풍경소리에 실려 오는 원각경 독경
들으며 실눈을 뜨고, 강물에
뒤척이는 적막소리 엿듣는다.
걷는 독서
바람이 부드러운 해거름 무렵
나는 걷는 독서를 한다
히잡을 쓴 열다섯 살 소녀 누비아가 되어
당나귀에게 풀을 먹이며
밀밭 사이로 얇고 깊게 스며든다
낭송하는 소리들이 경치를 이룬다
흙의 향기와 밀의 수런거림과 새의 지저귐이
책에서 줄맞춰 뛰어 나온다
하루의 끝을 짚으며
나를 밀어내고 들어앉은 남이 나로 바뀔 때까지
무거운 책 속의 다른 길을
걷고 또 걷는다
내 몸의 아픔도 잊고 밀밭 사이로 걷는 독서,
나는 나다
저 진흙세상에서 마악 빠져나온,
* 박노해의 사진전을 보고
파릉의 취모검
칼날 위에 머리카락을 올려놓고
입으로 불면 끊어지는
취모검, 칼 한 자루 생각한다
잡풀 무성한 마음까지도 쓰윽 슥
단칼에 벨 수 있는
이를테면 사람을, 세상을 살리는
활인검
쇳물이 되었다가 뜨겁게 열 가한 칼날이
도라지꽃으로 푸른빛을 띨 때
때려 펴고 갈아주길 무수히 반복하면
고통의 한 가운데
녹슬지 않는 금강의 시간들
언젠가의 생애에 내 한 번은
대장장이 곳집의 칼이었을지도
길이 1미터 넘는, 날카롭게 날이 선
칼의 잔혹한 말을 견디며
더 나은 삶을 위해 바치는 또 다른 눈부심
기묘한 아름다움의 칼들
제 마음을 무수히 베이고서야 한 마음을 얻는 칼자국들
속이 하얗게 빛나는 잘 벼린 칼의 날을 맨손으로 짚고
고요히 목숨을 건너는 하루,
나는 나를 잊는다
漆の花繪
韓利羅ハンイナ
訳-高貞愛
漆の木に切り目を付けた
漆の液がたて千年の神秘を螺鈿で擴げた
漆黑の闇から咲き初めた
赤い花,漆の花
風のケシの薄い花びらが
カンバスのフレ-ムまで境界を越して
魅惑を抱いた
線の內から線の外を
眺める,ほかの花の世
光彩をフッと吹き出した
お前を懐かしみながら,百度以上も
全身に尋麻疹が吹き出るのも知らずに
麻布のような思いに漆を着せる
心が擦り減るまで筆を入れてこそ得られる
漆の花繪 一点
옻칠 꽃그림
옻나무에 칼금을 냈다
칠액으로 천 년의 신비를 나전으로 펼쳤다
칠흑 같은 어둠에서 피어난
붉은 꽃, 옻 칠 화
바람 양귀비의 얇은 꽃잎들이
캔버스 밖 액자까지 경계를 넘어
매혹을 품었다
금 안에서 금 밖으로
내다보는, 또 다른 꽃세상
광채를 훅, 뿜어냈다
너를 그리며, 백 번도 넘게
온 몸 두드러기 옻오르는 줄도 모르고
삼베 같은 생각에 옻칠을 했다
마음 닳도록 붓칠한 뒤 얻어지는
옻칠 꽃그림 한 점
春の幻
ハンイナ
訳-高貞愛
爪先で立ち手を伸ばせば
すぐ觸れそうだが
星は空から地上に降りて來ず
何時も頭上に浮んでる
アフリカ アンボセリに浮かぶ
拳くらいの星 アンドロメダ
今日 月のない晦日の夜
その星一つ わたしの方に來てくれば
待ちながら手紙を書く
わたしの心の模樣 一束の霞草に作れば
意味を讀んで見るかしら
書くのを止めて窓辺に立つ
無心な星は 東から西へ橫切る
君は星
봄의 환
발뒤꿈치를 들고 손을 뻗으면
금방 닿을 듯 하면서도
별은 머리 위에 떠 있다
아프리카 암보셀리에 떠 있는 주먹만한 별 안드로메다
오늘같이 달도 없는 그믐밤
그 별 하나 내게로 왔으면
기다리다가 편지를 쓴다
내 마음의 무늬 한 다발의 안개꽃으로 만들면
의미를 읽을 줄이나 알까
쓰던 것을 작파하고 창가로 간다
무심한 별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로지른다
그대는 별이다.
モ-ツァルトの羽
ハンイナ
訳-高貞愛
水中での羽のない三年 幼蟲の時間は
生きた命ではない
わたしに羽のない千日より
羽のある一日が喜びに輝く
わたしは知る
カゲロウは一日の間 何も食べないことを
一瞬も寢付かないことを
こちら この舞台が輝くために
今日を思って感じて樂しむために
食べることも寢付くことも休むこともできない
羽を得た喜びほどの力で
羽を失う虛しさほどの哀しみで
日暮れまで光の下で踊る 無我の身振り!
모차르트의 날개
날개 없이 산 물 속 유충 석삼년의 시간은
산 목숨이 아니다
내게 날개 없는 천일보다
날개 달린 하루가 위안으로 빛난다
나는 안다
하루살이는 하루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는 것을
한순간도 잠들지 않는다는 것을
여기 이 무대가 빛나기 위해
오늘을 생각하고 느끼고 즐기기 위해
먹을 수도 잠들 수도 쉴 수도 없다
날개를 얻은 기쁨만큼의 힘으로
날개를 잃을 허무함만큼의 슬픔으로
저물도록 불빛 아래 춤을 추는 무아의 저 몸짓!
버들잎 관음도
꿈 속에서 또 다른 꿈을 꾸었지요
칠백 년 만에
버들잎 관음도 속으로 들어가 마주 서 있었지요
어둠 저편 나를 만나려 고려에서 건너온
관음의 눈빛 쓸쓸함을 보았지요
수없이 포갠 색 쌓아올려 각기 다른 색으로
풀어낸, 비단 화폭의 고고함
슬픈 듯 깊고 깊은 고요로 빛났답니다
나의 고단함을 보살핀다는 자비의
버들잎 부처를 보았지요
손가락 끝에서부터 연꽃무늬 옷자락 치마 끝까지
흐르는 선, 차분한 농담의
아름다운 극치
겉으로 한 벌 걸친, 한바탕 꿈 속의 짧은
꿈세상을 보았다니요
버들잎 관음도 밖으로 걸어나와 거닐은 국립중앙박물관
떡갈나무의 마음이 꾸며낸 환상 붉은 가을이
다시 꿈 속이었다니요.
A Portrait of Buddhist Goddess
of Mercy of the Willow
Poems of Li-Na, Han
trans. by Ko Chang Soo
I dreamt a dream within a dream.
I entered into the portrait of Goddess of Mercy and
faced the goddess
for the first time in 700 years.
I saw the sad eyebeams of the goddess
who had come from Koryo land across the darkness
just to meet me.
Piling up numberless layers upon layers of color,
giving a different hue and loftiness
to each silk painting.
It shines with a deep silence
of a sorrowful tint.
So I saw the Buddha of Mercy
who looks over my weariness.
The line that flows from fingertips
to the edge of a skirt with lotus-patterned fringes,
the acme of beauty of subdued intensity.
I dreamt a brief dream within a dream world.
I walked about at the National Museum,
having come out of the painting of Goddess of Mer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