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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아침인줄 아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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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8-02-01 06:15 조회3,56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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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인줄 아는 아침

 

                         최영철

 

 

는 벌써부터 기울고 있다

쓰러지려는 쪽 동강나려는 쪽

가라앉으려는 쪽 허기진 쪽

그 쪽을 탈출해 그 반대쪽

황급히 도피한 쪽

갑자기 느닷없이 균형을 잃곤 하는 아픈 쪽

스산한 쪽 벼랑이 끝나고 또 시작되는 쪽

절단 나고 하나도 남지 않은 쪽

일찌감치 혼자 남아 미라가 된 바닥

오두막 깊이 내려앉은 쪽

어긋난 쪽 구멍 나 벌써부터

바닷물이 턱밑까지 밀고 들어온 쪽

한 생을 걸었으나 는 아직 다 기울지 못하고 있다

는 더 기울어야 한다 허물어져야 한다

기울다 기울다 그 반대쪽

그 맨 나중에 쓰려져야 한다 가라앉아야 한다

나쁜 쪽 불끈 솟는 돌부리에 걸려

그 쪽을 향해서는 끝내 한걸음도 못 가고

땅을 치며 엎어져 원통하게 밤을 지셀

그쪽마저 쓰러져 아침이 영영 달아나버린 쪽

말라비틀어진 아침을 아침인줄 얼싸안고

잠들어 있는 쪽 눈만 말똥말똥

누가 흔들어 깨운다고 아침인줄 알고

마지막 찬스의 아침인줄 알고

또 슬며시 눈 뜨고 바라보는 저쪽

 

 

  

최영철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돌돌

금정산을 보냈다

찔러본다

호루라기

그림자 호수

일광욕하는 가구,

육필시선집 엉겅퀴,

성장소설어중씨 이야기,

 산문집변방의 즐거움.

 수상 백석문학상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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