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정/ 먼지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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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12-23 04:22 조회3,090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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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벌레
신혜정
따갑다고 말을 할까 뜨겁다고 말을 할까
이런 지독한 가뭄은 처음이야
입 안에 털어 넣은 가루약
미숫가루처럼 수수수 떨어지는
풍경, 풍경, 풍경…
나는 어제 잊어버린 기억
잃어버린 기억이 어디에 쌓이는 줄 아니?
기억을 말리는 강렬한 볕
산 채로 날아가는
기억엔 언제나 습기가 가득하지
그래서 잃어버린 기억은 구름으로 뭉게뭉게
뭉개지는 법을 터득하고
그리고 1년이 흘렀다
그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아 아무래도
풍경에서 잘린 한 조각
나는 1년 전 잊어버린 기억
그것을 둔중하다고 해야 할까 짓누른다고 해야 할까
죽을힘을 다해 발버둥 칠수록
수수수, 일어나는 이런
지독한 기억은 처음이야
발밑에 쌓인 햇살, 강렬하게
날리는 오후
신혜정
약력
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라면의 정치학』,
산문집 『왜 아무도 나에게 말해 주지 않았나』 『흐드러지다』,
번역 『시크한 그녀들의 사진 촬영 테크닉』 등